2010-06-06

훈민정음 번역 잘못됐다

훈민정음 번역 잘못됐다
“전탁, 된소리 아니고 장음이다” 지적


[0호] 2009년 08월 27일 (목) 07:49:17 아침신문 webmaster@i-morning.com

[아침신문]

국제연합 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 세계기록유산인 훈민정음은 잘못 번역됐다. 대종언어연구소 박대종(46) 소장이 훈민정음 해례본에서 부분적 중대 오역을 찾아냈다. 해례본 중 ‘全淸之聲凝則爲全濁也’(전청지성응즉위전탁야)라는 부분의 국역과 활용이 틀렸다는 지적이다.

한글학회와 국립국어원은 ‘전청(ㄱ·ㄷ·ㅂ·ㅈ·ㅅ·ㅎ) 소리가 엉기면 전탁(된소리; ㄲ·ㄸ·ㅃ·ㅉ·ㅆ·ㆅ)이 된다’고 옮겼다. 그러나 ‘凝’은 ‘엉기다’가 아니라 ‘음조가 느리다, 천천히 길게 소리 내다’로 바로잡아야 한다. ‘全濁’도 ‘된소리’가 아닌 ‘배성(倍聲)’, 즉 곱소리로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목구멍이 개방된 상태에서 소리가 나는 ㅎ은 절대 성문폐쇄음인 된소리가 될 수 없다. 따라서 ㆅ은 된소리가 아니며 ㆅ과 같은 전탁인 ㄲ·ㄸ·ㅃ·ㅉ·ㅆ 또한 당연히 된소리가 아니다. 아울러 어법상 무엇과 무엇이 엉기다는 말은 주어가 복수여야 하는데 세종대왕은 전탁을 각자병서(各自竝書=each=단수병서)라 명명했으니 말이 맞지가 않는다.”

박 소장은 “국립국어원 사이트의 된소리의 로마자 표기 편은 우리말의 된소리는 무성음(=청음)이라고 답하고 있는데 이는 훈민정음 전탁(=탁음=유성음)을 된소리라 번역한 것과는 모순이 돼 기존의 번역이 틀렸음을 국립국어원 스스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훈민정음 창제 이후 500여년 간 된소리는 된시옷(ㅅ)과 된비읍(ㅂ)을 첨가해 표기해온 사실을 국어학계는 경시해왔다. 1443년 훈민정음부터 1930년 조선총독부 언문철자법에 이르기까지 우리말에는 ㅎ 받침이 없다. 종성ㅎ+초성ㅎ 따위로 ㅎ이 엉기는 예는 나타나지 않는다. 훈민정음의 凝은 엉기다 외 다른 뜻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제 강점기 최현배, 김두봉 등 주시경 학설의 계승자들로 이뤄진 한글파는 1933년 한글 마춤법(맞춤법) 통일안을 만들어 훈민정음 표기법을 개혁하려 들었다. 반면, 박승빈과 윤치호 중심의 정음파는 훈민정음의 전통 표기법으로 기울었다.

당시에도 된소리 표기법이 가장 문제였다. 박승빈은 저서 ‘조선어학’(1935)에 ‘硬音(경음)의 기사는 주로 ㅅ을 쓰고 ㅂ도 사용’한 것이 전통 표기법이라고 명기했다. 정음파는 한글마춤법 통일안이 ‘우리의 어음과 맛디 아니 하며 우리의 언어의 관념과 어그러뎌서 그 법칙은 도저히 조선 민중이 이를 曉解(효해)하고 이를 수긍하야 이를 사용할 가능성이 업는 것 … 조선어문에 대한 교란의 행동’이라고 규탄하는 한글식 新(신) 철자법 반대 성명을 냈다.

그런데, 국가공권력의 상징인 조선총독부는 이미 1930년 된소리 표기법을 바꿔 국정교과서를 개정한 상태였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1940년에야 발견됐다. 이후에도 바르게 해석되지 못했다. 훈민정음의 된소리 표기는 그렇게 조선총독부와 한글파의 의도대로 굳어져버렸다.

박 소장이 증거로 제시한 ‘탁성은 느리기가 청성의 倍’라는 자치통감의 기록은 청성 ㄱ을 배로 쓴 탁성 ㄲ과 완전히 맞아 떨어진다. 정음파의 주장과도 일맥상통한다.

훈민정음의 전통적 된소리 표기(ㅺ·ㅼ)가 1930년 조선총독부의 언문철자법 개정 시 강제 폐기되고, 대신 전탁음을 된소리 표기로 바꿔치기 한 것이라는 풀이에 수긍할 수밖에 없다.

‘ㄲ·ㄸ…’은 된소리가 아니라 장음이자 배음이며, 된소리 표기는 된시옷과 된비읍을 이용하는 것이 옳다는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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